깊은 밤, 어둠이 짙어질수록 수묵의 심연 속에서 달빛의 파편들이 은은하게 피어납니다.
한지의 깊은 결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린 백색의 꽃과 서늘한 청록, 분홍빛의 텍스처는 마치
밤하늘에 흩뿌려진 성운이자 고요히 흐르는 밤의 노래처럼 다가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화면 가득 번져나가는 몽환적인 달빛의 선율에 시선을 맡겨보세요.
야상곡, 달빛 잔상
먹빛 깊은 허공을 건너온 밤이
지상 가장 낮은 곳에 내려앉을 때
어둠은 침묵이 아니라
꽃들이 숨을 고르는 시간이었다.
달이 쏟아낸 차가운 빛가루가
마른 가지 끝마다 엉겨 붙어
하얗고 둥근 꽃잎으로 터져 오르고
푸른 물안개와 흩뿌려진 분홍빛 숨결은
보이지 않는 피아노 건반 위를 흐르는
낮고 느린 선율이 된다.
한지의 결마다 서서히 배어든
소리 없는 밤의 노래
빛이 머물다 떠난 자리마다
환상처럼 맺힌 은백색 잔상들이
어두운 우주를 고요히 밝히고 있다
허동원 < 야상곡 >_2026_한지에 수묵 채색, 혼합재료 사용_120cm × 80cm